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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는 노력가는 최강- 애니 <블루 피리어드>(2021)

aonuri 2023. 1. 2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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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매력에 빠진 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예술대학교를 지망하는 수험생의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수험생의 이야기가 즐거울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간 일본 만화에서 고등학생들은 '청춘!'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 <블루 피리어드>에는 꽤나 냉정하고 침착하게, 가끔은 고통스럽게 열정을 좇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나름대로 좋았다.

제목인 '블루 피리어드'는 피카소의 '청색 시대'(푸른 계열의 색채로 우울하고 어두운 그림들을 많이 그린 시기)를 연상시킨다. 아마도 수험생 시기를 청색 시대에 빗댄 것이라면 앞으로 예대에서의 야토라의 인생은 활짝 재능을 꽃피우는 시기이길 바라본다.



주인공인 야토라는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서 전교권 성적을 유지하는 성실한 우등생이다.
그런 그가 그림에 매료되어 미술의 길을 걷고자 다짐하고 예대 수험생이 된다. 진로지망서를 본 담임 선생님이 아깝다고 할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사립 예대에 갈 정도의 가정 형편은 못 되어서 국립 예대 한 군데만을 지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대학교는 입학금만 20~30만엔 정도에, 예대의 경우 수업료만 연간 150만엔 정도 되는 듯하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진로를 정한 주인공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매우 시작이 늦은 편이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어서 초반 그림은 서툴러보이기까지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남들보다 두세배 많이 그리고 작품 구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재능을 꽃피워서 1기 결말에서는 당당하게 예대 합격을 거머쥔다.

그러니까 야토라는 노력형 천재인 셈이다. 노력하는 사람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역대급 인성을 갖춘 캐릭터다.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도 그렇지만, 선배에게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을 때 그게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모습이나, 엄격했던 어머니께 마음을 고백하고 솔직하게 지원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또 시험을 앞두고 중요한 시기임에도 친구가 방황할 때 곁을 지켜주는 모습도, 천재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듯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도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노력가는 최강이랍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노력가는 최강"이라는 거다.

보통 좋아하는 일은 즐겁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 해도 계속 하다보면 애정이 식을 수도 있고, 생각만큼 계속 즐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고....
그래서 직업을 정할 때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라고도 하지 않나.

그래서 '좋아하는 일'의 가치를 가끔 스스로 흐리곤 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면?
최고잖아.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처음 하는 일인데 잘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또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잘하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어쩌면 좋아하는 일에 다양한 노력을 쏟는 일보다 훨씬 더 지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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