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박스

오목의 재미

aonuri 2024. 6. 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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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오목, 장기, 윷놀이, 짝맞추기, 도둑잡기 같은 것.
그러고보면 아직 잘 모르는 게임이 많다. 체스도 바둑도 경험이 거의 없고 포커처럼 트럼프를 사용하는 게임도 잘 모른다.
 
오늘 우연한 기회에 오목 게임을 다시 해봤다.
새삼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오목에 쌓인 추억이 각별하다.
 
어릴 적 집에는 원목에 니스 칠을 한 묵직한 나무 바둑판이 있었다. 바둑돌도 진짜 돌로 만든 것이었는데, 요즘은 원목 바둑판을 보기 어려워졌지 싶다. 어렸을 땐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름 풍류가 있었다.
 
바둑은 잘 몰랐고, 그 멋진 바둑판과 바둑돌로 형제와 오목이나 줄창 뒀었다.
어린 마음에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오목을 해 보니 오목이 왜 재미있는지 알 것 같다.
 
나름대로 두뇌를 쓰는 게임인데 룰이 매우 심플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착실하게 5개의 돌을 일렬로 정렬하기에는 나름대로 요령이 필요하다.
 
한 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라,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서 수를 예측할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놓다 보면 이기는 수가 보인다.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집중력이 중요한 게임이지 않을까.
어느 순간 거만해져서 빨리빨리 두다 방심하면 가끔씩 지기도 하니까.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다.
유난히 수비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첫 돌을 가운데가 아닌 요상한 곳에 두는 사람도 있다.(불리한 방식이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간단하면서 전략적인 게임이라 승부욕을 자극한다. 간단해서 더 자존심을 긁는다.
어렸을 때는 승부욕이 지금보다 강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게 성장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갔나, 내 승부욕.)

그런데 요새는 장기를 둘 때 말을 3개씩 떼고 두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왠지 조금 이해가 간다. 그저 같이 두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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