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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척.

by aonuri 2026.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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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 셰프님의 말은 진정성이 있다. 그의 요리처럼.
<흑백요리사 2>의 마지막 미션에서 "요리를 잘하는 척한 시기가 길었다"라는 고백이 왠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누구나 '척'을 한다고 생각한다.
안성재 셰프가 본인도 '심사 잘하는 척을 한다'라고 말해줬듯이.
 
왜냐하면 일을 잘하는 '척'하는 건 책임감 있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척'을 하는 당사자가 괴로울 뿐, 그 누구도 피해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손님은 그것이 '척'일지라도 그럴싸한 완성도를 원한다.
애초에 '척'이고 아니고를 구분하는 기준은 당사자에게 있다. 기준이 엄격한 사람일수록 '척'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비단 요리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번역의 세계에서도, 직장인의 사회에서도 우리는 '프로다움'을 항상 요구받는다. 그것이 1년 차 신입이든 상관없이 그 업계에 종사한다면 '프로'다.
그래서 '척'이 필요 없는 사회를 원하면서도, 나도 금방 들통날 '척'을 하곤 했던 것 같다.
 
게다가 거짓말이 능숙하지 못하고 감정이 표정으로 쉽게 드러나는 편이라 다양한 가면을 썼다. 다양한 '척'을 했다.
세상만사 무감한 척, 절실한 것 따위는 없는 척, 쿨한 척, 친절한 척, 열정적인 척....
그런데 그렇게 지내다 보면 금방 지치고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만 같은 고독감이 들어서.
그래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런 무모한 고백이 통용되는 사회가 더 건강한 게 아닐까 하는 망상도 해본다.
물론 망상은 망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우리는 계속 '척'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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