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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일하는 이야기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

by aonuri 202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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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보다가 이상한 댓글을 봤다.

"정상적이었으면 평범하게 살았겠지."

 

난 이 댓글이 굉장히 해당 웹툰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웹툰의 내용 이전에 저 문장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는 문장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비교적 최근 '정상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경각심을 느낀 참이기도 했다.

 

'정상/비정상'은 가치판단이 들어간 단어다.

우선 감히 누군가의 인생을 타인이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내 인생에 누군가가 잣대를 가져다댄다면 난 매우 거북하고 불쾌할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삶은 어쩌면, 아니 분명히 인간의 수만큼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어떠한 가치판단의 기준도 성립되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를 비정상이라고 하는 비난에는 스스로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이라는 신념과 우월감, 그리고 '저 사람과 나는 달라'라는 배척심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그 웹툰에 나오는 주인공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댓글 작성자는 이렇게 반론할지 모른다. 그 사람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웹툰의 세계관에서 일반적인 여성과는 아주 다르기 때문에 비정상적이라는 워딩을 했다고.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그의 인생을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생과 생각 또한 그 사람의 일부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걸어온 자취를 '비정상'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이런 발언은 축복받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자주성과 용기를 무시하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비정상적인 인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모든 삶과 마찬가지로.
물론 이해하기 어렵고 비난받아 마땅한 삶도 있다. 그러나 비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범한 삶'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조차도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 어떤 특별함이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삶이라는 것은 좀 더, 그 특별함을 알아봐줄 수 있는 스스로에게 더욱 특별해야 하는 법이 아닐까?

 

적어도 평범하거나 특별한 삶이라는 것도 타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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