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1기 리뷰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됐다.
초반부부터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괴물’의 존재가 충격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일 텐데 굉장히 리얼하다. 그리고 이후로도 유리 멘탈인 시청자의 가슴을 찢는 폭력, 사고, 등장인물들의 부상, 죽음에 정신을 못 차리며 봤다.
이 드라마에서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인간성’을 꼽고 싶다.
‘괴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뭘까? 바로 ‘인간성’의 유무다. 괴물로 변할 때의 극심한 고통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이성을 붙잡고 버틸 수 있는가. 스위트홈에서는 자아를 유지한 감염자를 ‘특수감염자’라고 한다. 괴물이 될 뻔 했지만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사람’ 취급을 받는다.
사실 이런 종류의 괴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는 이외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위트홈’을 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인 ‘도쿄구울’과 ‘기생수’를 떠올렸고, ‘좀비’물을 떠올리기도 했다. ‘구울’, ‘기생수’, ‘좀비’, ‘괴물’.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을 공격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이지만 인간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는 이경 남편의 블로그를 통해 사람이 괴물이 되는 현상은 ‘병’이 아니라 ‘저주’라고 밝히고 있다. 시즌 1에서는 아직 사람이 괴물이 되는 이런 ‘저주’가 왜 발현했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의 스토리에서 추측해볼 수는 있겠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되는 그린 빌라에서 괴물이 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현수, 매점 아저씨와 아줌마, 경비 아저씨. 두식 아저씨. 딸이 죽은 명숙 아줌마....
우선 현수는 과거 학교폭력과 왕따를 겪었다. 방 안에 틀어박혀 폐인처럼 살았으며, 심지어 가족은 교통사고로 몰살됐다. 혼자만 살아남아 허름한 빌라에서 자살 직전까지 몰아붙여진다.
매점 아저씨는 아줌마를 학대했다. 언어폭력은 일상이었고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돈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였다.
경비 아저씨는 입주민들의 클레임과 멸시를 견뎌야 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파리가 들끓는 썩은 생선을 받고 코피를 쏟고 괴물이 된다.
두식이 아저씨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고, 명숙 아줌마는 딸을 눈앞에서 잃었다.
괴물이 된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은 달라도 인간답게 살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자의로든 타의로든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었다. 두식 아저씨는 후반부에 증상이 나타났으니 폭력배들의 침입으로 억압이 심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현수나 명숙 아줌마처럼 괴물이 되었지만 어떻게든 이성을 보존한 인간이 있다. 또 아무리 봐도 괴물인데 인간을 죽이지 않는 존재도 있었다. 그러나 선한 괴물조차 인간의 좀스러운 아량으로는 포용하기 힘든 존재다. ‘괴물은 괴물일 뿐이다.’ 그렇게 딱 잘라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존재야말로, 인간성이 사라진 세상에서 한줄기 빛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도 인간답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현수를 괴롭혔던 아이들이 그렇듯이.
인간성이 사라진 세상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죽이는 황폐한 서울. 이 드라마가 그리는 디스토피아다. 각종 매체에서 학교폭력, 자살, 살인, 각종 혐오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요즘은 도저히 이 드라마 속 세상이 마냥 픽션이라고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슬프다. 현수가 싸우는 괴물이 마치 우리 세상에도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인간의 모습으로. 병들고 미친 사람, 사람답지 않은 인간의 모습으로. 물론 구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무섭다.
인간은 괴물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혹은, 인간과 괴물은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디스토피아에서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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