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웹소설이 아니라 웹툰 리뷰다. 인기가 많은 웹소설은 웹툰으로도 만들어지는 것 같으니 웹툰과 웹소설의 경계가 거의 허물어진 듯한 느낌도 들지만 내가 본 건 웹툰 쪽이고, 이 웹툰은 그림도 마음에 들어서 제목을 '웹툰 리뷰'라고 달아봤다.
마음에 드는 웹툰이다. 강약 조절도 절묘하고, 그림도 훌륭하고 설정과 스토리도 흥미롭다.
1. 인터넷소설 설정
'단이'가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소(인터넷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는 설정이다. 그것도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여주인공의 소꿉친구라는 입장으로. 단이 입장에서는 모르는 아이인데 자꾸만 달라붙는다. 완벽한 여주인공과 사대천왕의 존재, 소설 같은 상황 전개를 보고 자기가 있는 곳이 '인소' 속 세계임을 확신하는 단이는, 자기가 어디까지나 '여주의 친구 역'이라고만 믿고 있다.
설정도 독특하고 '여주인공' 여령이와의 관계 때문에 자꾸 중심에 들이밀어지는 '함단이'에게 몰입하기가 아주 쉽다. 나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단이에게 공감하면서 봤다. 그러나 여주를 피하려는 노력은 소용이 없고, 결국 여주와 사대천왕 남주들을 친구로 받아들이며 생활하는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인소 속 세계'라는 강박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친구들에게 마음을 완전히 터놓지 못하고, 가까워질수록 불안해한다. (짠하다)
모든 게 시나리오라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고 언젠가 전부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 그게 망상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그 생각 자체가 단이의 착각은 아닐까, 혹은 꿈이라든가 기억상실 같은 건 아닐까 의심하면서 읽었는데, 기어코 현실세계가 도로 바뀌는 시점이 나온다. 정말로 '인소 속 세계'가 맞았다니. 현실 세계는 따로 있는데 친구들과 지내고 있는 세계도 현실이라니.... 도대체 이 스토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가 크다.
또 그런 정체 모를 불안감이 소설 속 인물이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쩌면 현실 세계를 사는 우리들 또한 느껴보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가끔 부질없이 느껴지는 허망감이 있지 않나? 상상이나 이런 소설 속 세계에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현타 같은 느낌과도 닮았고. 그래서 단이의 불안감이 어렵지 않게 공감이 된다. 인생은 많은 것들이 무상하니까.
읽다 보면 주인공이 여령이가 아니라 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남주들이 단이를 좋아한다!!) 갑자기 이 웹툰(웹소설)의 장르(=로맨스)가 확 다가오는 순간이다. 아니, 확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조금씩 달짝지근해지는 느낌이 있는 것도 같다. 평범하지만 인성 좋은 단이에 지금껏 감정이입해서 본 보람이 있다.(?)
2. 취향저격 그림체
무엇보다도 그림체가 너무 내 취향이다. 능숙하다고 할까, 절제미가 있다고 할까.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은 느낌이라 부담이 없다.(스무스한 이야기 전개와도 딱 어울린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그림이라서 몇 번이고 정주행할 수 있다. 이 소설에도 어울리고, 로맨스라는 장르에도 딱 어울리는 그림이기도 하고.(첫인상은 약간 치인트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좀더 귀엽다. 캐릭터 나이대랑 잘 어울림.) 표정도 다채롭고 무표정도 자연스러워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사실 현실에서도 표정을 그렇게 많이 쓰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튼 마음에 쏙 든다.
3. 선량하고 매력 넘치는 주인공들
유천영, 은지호, 권은형, 우주인. 여령이까지(사대천왕도 좋지만 여령이 너무 사랑스럽다ㅠㅠ) 포함해서 하나같이 똑똑하고 신체능력도 좋은데다가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매력이 철철 흐른다. 물론 단이도 착하고 배려심 많다. 이렇게까지 다 성격이 좋기만 해도 스토리가 잘 굴러가는구나 싶을 정도로, 보면서 마음이 참 힐링된다.
역시 '인소' 캐릭터다운 면모라고 해야 할지. 일반인의 범주를 뛰어넘는 능력치도 판타지 그 자체인데, 성격마저 현실감이 별로 없다. 천영이는 모델인데 성격도 순수하고, 지호는 공부도 잘하는데 금수저고, 은형이는 인성 갑인데 싸움도 잘한다. 게다가 모두가 착하다. '인소'라는 설정 덕분에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기도.
현실에 없는 '사기캐'가 주는 만족감 같은 게 있다. 여러모로 현실 도피하고 눈 호강 하기에는 딱 좋은 웹툰이다. 설정은 비현실적인데 그 안에서 충분한 핍진성을 갖춘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친구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도 그렇고.
후반부(?) 루다가 나오는데, 기존 사대천왕이 너무 좋아서 루다를 밀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천영이랑 지호가 좋다.
'즐거운 여행 > 가상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니메이션 리뷰] 츠루네(ツルネ) - 카제마이고교 궁도부 (0) | 2021.10.26 |
---|---|
[웹툰/웹소설 리뷰] 황제와 여기사 (0) | 2021.09.20 |
[감상] 테라스하우스 - 일본 관찰 예능 (0) | 2021.09.13 |
[드라마 리뷰] "스위트홈" (넷플릭스) (0) | 2021.03.15 |
[웹소설 리뷰] 역하렘 게임 속으로 떨어진 모양입니다 (2) | 2020.09.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