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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공부는 흥미가 생겼을 때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by aonuri 2020.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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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영어를 늦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알파벳을 몰랐을 수준이니 또래보다도 한참 뒤쳐졌었다. 

가뜩이나 열등감이 폭발하던 시기에 영어를 좋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종합 학원에서 영어를 배웠는데 그게 내 영어 혐오를 배가시켰던 요인이 되었다. 그 학원 선생님이 굉장히 엄했는데, 지금 생각하기에도 엄격함보다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태도였지 싶다.

몇 가지 생각해보자면, 

수업시간에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며, 왜 그러냐고 따로 불러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나는 중학생이었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는데 즐겁지도 않은 수업시간에 웃지도 않고 묵묵히 공부를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사실 지금도 이해가 가진 않는다) 

어쨌든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왜 그랬을까 싶다. 지금 같았으면 당장에 클레임을 걸었을 텐데. 

어쨌든 결국 학원을 그만뒀다. 반년은 다녔나? 
(또 기억나는 건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시켰는데 스펠링을 외워야 하는 거였다. 쓰는 게 아니라 말로 스펠링을 암송해야 해서 손으로 외운 나로서는 막상 앞에 가니 곧잘 나오지 않았는데 시켰는데 안 외웠다고 내가 불성실한 것처럼 화를 냈었다.)

그 때 영어 선생님을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이후에 영어를 훨씬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독학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겨우겨우 학교 수업에 충실하며 공부했는데 겉핥기 식이었던 것도 같다. 시험 성적은 들쑥날쑥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영어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수능은 나름 잘 봤다. 한창 ebs교재에서 거의 똑같은 문제가 나오던 해였는데,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다 풀었더니 2등급이 나왔다. 

 

대학교 시절에도 평범했다. 교양필수라서 영어말하기 수업이나 영어쓰기 수업 같은 것을 들었고, 졸업 기준 때문에 영어 말하기와 쓰기 시험까지 봐서 인증을 받았다. 발음은 나쁘지도 않았고,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센스가 있는 편이라서, 성적은 중간 수준으로 나왔다. 그래도 여전히 영어는 껄끄러웠다. 

말하는 것도 창피했고, 쓰는 것도 문법을 의식해서 간단한 수준밖에 할 줄 몰랐다. 

 

대학교 졸업하고 일하면서 영어를 가끔 쓸 일이 있었다. 아주 가끔, 실전이라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그래도 원어민과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에 말이 통하니 조금은 뿌듯했다. 

 

지금 무직 상황에서 만료된 토익 성적을 갱신하려고 대학교 신입생 시절 끝내지 못한 토익 교재를 보고 있는데, 난이도가 쉬워서 그런지 할만하다. 어휘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많다니 조금 자신감이 붙는다. 백퍼센트 바로바로 해석되는 건 아니지만 시간에 쫓겨서 푸는 문제치고는 정답률도 높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적어도 이 정도 실력만 있었다면 조금 더 영어가 즐거웠을 텐데. 

 

그러고 보면 잘하는 걸 하는 게 즐겁고, 즐기면서 하는 일이 효율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흥미가 없는데도 꾸준히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즐거운 일을 해야 해. 

 

그렇다고 재미없으니까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영어를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저 싫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할 만 해지는 날이 오기는 하는구나. 

영어공부에서 새삼 그런 걸 느낀 것 같다. 

진작에 재미를 느꼈으면 좋았을 것을. 그 영어 선생님이 정말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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