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서비스직 업종에 종사했을 당시.
근무 시간은 일일 기본 8시간에서 휴식 시간이 1~3시간까지 유동적이었고 잔업시간도 1~3시간 정도 유동적이었다.
만약 휴식 시간이 3시간 정도 떠버리고 잔업도 3시간 정도 하게 되면 회사에 8시간+3시간+3시간=14시간이나 있게 되는 그런 씁쓸한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물론 그중 근무 시간은 11시간뿐(?)이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3일쯤 전부터 전날까지 시프트표를 작성해서 메일로 공유해 줬고, 그 시프트를 매일 확인하고 다음날 어디로 몇 시까지 출근할지를 확인해야 했다.(한 군데에서만 일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일본은 시프트제가 일반적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시프트제가 아닐까.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마트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정사원으로 일하던 회사는 15분 간격의 간트 차트로 업무 일정이 짜여져 나왔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고 업무가 다양해서 그런 거였을지.
그날그날의 가동률에 따라 투입되는 인력도 세심하게 조절되었다.
15분 간격으로 짜인 시프트의 감옥.
바쁠 땐 회사에 거의 하루종일 구속된다.
무엇보다 그 근무 시간이 전부 '실근무시간'이라는 점.
하물며 사무직이 아닌 현장 근무라면 농땡이도 부릴 수 없다.<손님들이 보고 있고 동료들이 보고 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
그땐 어렸고, 나름대로 열정이 있었다. 그때도 체력은 안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일정을 어떻게든 소화했다는 것 자체가....ㅎㅎ
일본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건 어쩌면 이런 시프트제 근무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교대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시프트로 직원들의 데일리 근무를 관리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은 사무직 근무를 하고 있고 거의 100% 내근을 하고 있다.
그 시절 내가 원했던 근무 환경일 텐데 어째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이 한가할 때 묘한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고, 야근이라도 하면 심한 스트레스와(정상인가?) 함께 빨리 퇴근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든다.
위에서 말했던 직장은 5분 단위로 야근수당이 나오는 회사여서 불필요하게 야근을 하는 걸 지양하는 분위기였는데, 거기에 너무 적응해버린 걸까.
법적으로(아마도) 월간 최대 잔업 시간도 정해져있어서 그걸 초과하지 않도록 시프트 작성자들이 조정했다. 예를 들어 직원 A가 야근 시간을 초과할 것 같으면 대신 다른 사람을 투입하기도 하는 등....
회사의 리소스 관리 방법이 시프트 표인 셈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교대근무제에서 시프트 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든다. 직원으로서는 거기에 협력할 수밖에 없고.
야근수당이 있다는 건 시프트제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장점이기도 하다. 대신 서비스업은 대개가 박봉이라, 야근수당으로 벌어먹는 업종이기도 하다. 그러니 야근이 너무 없으면 몸은 편해져도 마음은 조금 헛헛해진다.
현 직장에서는 하루 점심시간 포함해서 딱 9시간 회사에 구속되지만 그 이상 아무리 근무해도 야근수당은 1원도 나오지 않는다.
최대한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일일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노력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워라밸을 일보다 중시하는 건 아닌데....
'에세이 박스 > 일하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을 고르는 기준 (0) | 2024.04.19 |
---|---|
해고 및 권고사직 시 회사에게 주어지는 불이익? (0) | 2023.02.22 |
회사원 에세이: 아쉬움으로 시작하는 새해 (0) | 2023.01.08 |
[연말정산] 소득공제 -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 사업자 검색) (0) | 2022.12.02 |
회계연도 기준 연차 휴가 산정하는 법 (0) | 2022.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