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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학습된 불쾌감

by aonuri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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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정확히는 웹툰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감정도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매장될 만한 큰 오점이 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된다거나 하는 일을 종종 보는 것 같다. 반대로 외국에서는 더 큰 죄악으로 여겨지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인식이 부족하기도 한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예를 들면 학교폭력이라든가, 아동성애라든가, 동성애라든가, 불륜이라든가....

(여기서 몇 개가 범죄일까요?)

 
하물며 웹툰 같은 콘텐츠의 내용이라면 독자가 시비나 호오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작화의 스타일이나 완성도에 따라 캐릭터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표현 방식에 따라 해석이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행태를 비판하고자 묘사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로맨스는 몇 살 차이까지는 괜찮다는 기준이나 불륜도 어느 선을 넘지 않으면 괜찮다거나 하는 기준도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끝까지 가야 불륜이라거나 오히려 마음 없이 성관계만 하는 건 괜찮다거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주제를 <비정상회담>에서 다뤘는데 나라마다 달라서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묘사할 뿐 설명하지 않으므로 독자가 자기 판단에 따라 스스로 좋고 나쁨을 결정해야 한다. 의도하듯 의도하지 않았듯 판단하게 된다.
 
결국은 '표현의 자유'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웹툰은 상대적으로 소재에 대한 윤리적 판단 기준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소한 궁금증 하나.
불쾌하다는 댓글을 단 독자와 거기에 공감한 독자들은 그 작품을 더 이상 보지 않을까?

싫은데도 계속 보게 되는 기묘한 작품도 있지 않나. 그걸 싫다고 해야 할지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대상이 뭐든 그렇게 칼같이 잘라지진 않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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