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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주례 없는 결혼식

by aonuri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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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이 유행이라고 한다.
유행이라고 하면 금방 지나갈 것 같으니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내 결혼식 참석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역시 주례 없는 결혼식이 더 좋았다.
주례 있는 결혼식, 주례 없는 결혼식 모두 참석해봤는데, 주례 있는 결혼식은 진중하긴 한데 지루한 감이 있고 주례 없는 결혼식이 더 가벼워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주례 있는 결혼식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건 주례의 고리타분하고 배울 것 없는 사고방식이 드러나는 주례사였다.
성차별에 가까운 젠더 고정관념을 말하며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아이러니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주례께서는 정말로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하고 남자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그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남자는 직업적 성취에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런 말.
사실 이런 비슷한 내용이 옛날 교과서에 나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틀렸다기보다는 개인차와 변화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관념이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남편을 잘 따르겠다는 식의 말을 신부에게 하도록 시키는 강압적인 주례도 있었다. 남편에게는 뭐라고 말하도록 시켰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원만한 식을 위해서 주례의 진행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신부가 괜히 안쓰러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주례 자체가 싫은 게 아니다. 존경하는 어른에게 좋은 말을 듣는 것도 싫지 않고.
하지만... 
 
그런 주례를 할 바에는, 주례 없이 진행하는 편이 백 배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례 없는 결혼식을 그 뒤에 경험하고 훨씬 뒷맛이 깔끔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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