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다녀오세요."
공항에서 이 말을 들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인천공항 출국장도 아니고, 나리타공항 출국장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말이다.
물론 마케팅일 수도 있고 서비스업종에서는 습관적으로 멘트를 날리기도 하니까, 상대는 별생각 없었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어를 쓰니까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고...?
그래도 출국장에서 '언젠가 또 오고 싶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이 이 말을 듣고서 '조만간 또 와야겠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간 거였고 앞으로 언제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올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덩달아 들었다.
사실 이건 생각해보면 나의 의지의 문제기도 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비행기로 2~3시간이면 가는 곳인데.
이제 보니 정 떼러 간 것 같은 느낌(?)이었나.
흔한 감사 인사(아리가또고자이마스)가 아니어서 신선했고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말 같아서 좋았다.
타지에서 살 땐 가족이 있는 본가가 그런 장소였는데, 여행지에서 듣는 것도 색다르고 좋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일했던 호텔에서도 항상 '또 오세요.'라는 의미의 멘트를 현지 방언으로 센스있게 날렸었다.
(과연 실제로 재방문률이 높은 시설이기도 했다.)
다음을 기약하는 말에는 그 장소에서 그 사람과 느꼈던 즐거움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오면,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들고.
여행지에서 느끼는 서비스의 묘미란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배려에 인색하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을 잘 살피는 사람이 많아서 좋았는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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