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믿고 보지.
예고편이고 뭐고 아무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보러 갔다.
어째선지 평점이 크게 갈리는 영화이기도 했는데, 우선은 전작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 무드가 비슷하다.
1. 자연 현상을 소재로 한다는 점
<너의 이름은>은 혜성이었고, <날씨의 아이>는 비였지. 그래서인지 포스터도 푸른 색을 써서 비슷한 이미지인 것 같다.
<너의 이름은>도 그랬지만 스토리 전반에 일본 토속신앙에 모티브를 얻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소재들이 나온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2. 주인공 커플의 로맨스가 있다는 점
<스즈메의 문단속>의 로맨스는 다소 약하게 느껴졌다.(12세 관람가니 당연한가?!)
무엇보다도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애착의자(...)로 몸이 변하면서 관객이 남자주인공에게 반할 시간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에 대한 스즈메의 표현을 빌리자면 맨 처음에 '아름답다'고 한다. 첫눈에 반한 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할 확신 같은 건 나에겐 없지만 할아버지에게 "소타 씨가 없는 세상이 더 무서워요!"라고 확신을 갖고 말할 정도의 애착관계가 형성될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평가한 사람들의 개연성 지적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남자 성우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찾아보니 아이돌이었다..ㅎㅎ
3. RADWIMPS와 협업했다는 점
앞서 언급한 영화들도 랏도의 목소리가 꽤 비중 있게 들어갔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랏도와 진노우치 카즈마(陣内一真)라는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다 한다.
엔딩곡 '스즈메'는 랏도의 보컬인 노다 요지로가 작곡과 편곡을 했다. 다만 피처링을 토아카(十明)라는 여성 가수가 해서 해당 곡에서는 랏도의 목소리는 느낄 수 없다. 참고로 토아카라는 가수를 처음 들어서 조사해보니 스무 살 된 젊은 가수였다.
랏도의 목소리가 들어간 노래는 'カナタハルカ'라는 곡을 듣자. 이것도 좋다! (엔딩에서 '스즈메'가 나오기 전에 나왔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벌써 많은 유튜버들이 따라 불렀던데, 목소리는 없어도 랏도 특유의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지기는 한다.
뭐랄까, 신비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느낌.
차별점으로는 동물 캐릭터가 나온다. 고양이.
문에서 재앙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막는 '요석'이 고양이로 현신한 존재, 일명 '다이진'이 굉장히 귀엽다. 불쌍하기도 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갈구하듯 스즈메에게 애착을 갖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스즈메를 보면서 눈을 반짝이고, 스즈메가 자신을 원하지 않아 하자 비쩍 마르고 생기를 잃은 모습이 되는 것도 슬펐다.
(성우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였다...!)
이 영화는 로맨스보다도 부모님과 자식의 사랑에 더 초점을 두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머니를 일찍이 여읜 스즈메가 엄마를 찾아 저세상을 헤매던 어린 자기와 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해서 연인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장면.
이 장면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에 오야바나레(親離れ), 코바나레(子離れ)라는 말이 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을 오야바나레라고 하는데 심리적인 독립을 주로 말한다. 그 반대가 코바나레다. 성장한 자식을 언제까지고 자신이 품고 있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다.
영화에서도 스즈메가 여행 중 이모가 계속 연락하고 걱정하는 걸 두고 '코바나레'해줬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즈메의 성장에는 역시 이모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을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스즈메와 함께 있으면 삼각관계로 오해받고, 스즈메도 예쁘다고 할 정도인데도 사람인데도 스즈메가 있어서 결혼도 하지 못한 마흔 살 이모. 그런데도 가출한 자식을 찾겠다고(심지어 진짜 자식도 아닌 조카를) 도쿄까지 쫓아와서 동행하며 스즈메의 활동을 끝까지 지원해주는 이모의 모습에서 충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하고 평화롭게 볼 만한 영화였다.
스펙타클한 느낌은 적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볼만 했다. 슬램덩크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볼 만한 애니메이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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