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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간츠>를 봤다. 그리고 든 생각.

by aonuri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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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애니메이션이다.
연재가 2000년이고 애니메이션으로는 2004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20년은 족히 지난 작품.
 
왜 보기 시작했을까. 아직 보지 않았다면 차라리 안 보는 걸 추천하겠다.
정신건강에 해로우면 보기 즐겁기라도 하던가. 19금 요소는 지나칠 정도로 많고, 불쾌한 방식으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이 글을 찾아주신 분들 중에 핑프는 없겠지만

 
 
"넌 이미 죽어있다."
(북두의 권 오마주?)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죽은 후 복제되어 간츠가 있는 방에 소환되었다.
실제로 죽었는지 사망 보류 상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죽지 않으려면 간츠가 지급하는 장비로 무장한 뒤에 실제 공간으로 전송되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이란 각종 인간형 외계인(성인) 괴물들을 죽이는 것이다.
 
외계인으로 묘사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의 형체를 하고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존재를 죽이라는 미션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쉽지 않다. 그 의미는 마지막 회차에서 살인자와 케이의 대화에서 구체화된다.
 
케이가 죽여야 할 타깃 '쿠로노 성인'으로 설정된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살인자와 케이가 나누는 대화.
'살인하라는 명령을 받으면 사람을 죽여도 되냐'는 질문이다.
악에 받친 살인자는 미국과 이란 등 전쟁을 하는 나라들 이야기를 한다. 그에 비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극소수라며.(일본은 왜 빼는지 모르겠지만)
 

 
 

 
 

케이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고작 한다는 변명이 "나는 사람은 안 죽였어"란다. 당연히 "인간이 아닌 걸 죽이는 건 괜찮아?"라는 반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살인 명령자이든 살인 실행자이든 둘 다 나쁘다. 명령받든 아니든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해도?
그렇다 해도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사람을 죽이지 못하지 않나. 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생할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은 죽여도 되느냐?
죽여도 된다 안된다라는 판단을 일개 개인이 할 수 없다.
 
간츠에서 설정한 상황은 '타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아서 살해를 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평범한 진리가 통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억지 논리를 펼친다.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이 작품은 사람의 존엄성을 너무 가볍게 다루어서 불쾌감을 준다.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죽이는 과정이 지나치게 잔혹해서 설득력이 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킹받는' 장면은 사람이 죽었을 때 간츠 구체 위에 죽은 사람의 얼굴 사진이 떴다가 '띵' 소리가 나면서 검정 테두리 흑백사진으로 변하는 장면. 영정사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라 슬퍼야 하는 장면인데 그 소리가 쓸데없이 경쾌해서 애도를 방해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보지 말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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