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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스

정신의학과의 벽이 높다

by aonuri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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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까? 가봐야 하나?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게 몇 개월, 어쩌면 몇 년일지도 모르는 기간이 되었다.
바로 정신과에 가는 것.
 
사실은 일본에서 정신과(정확히는 심료내과)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여러번 권했다.
그 친구는 어느날 과호흡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서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갔고 이미 1년 넘게 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본인은 대단히 만족한다고 한다.
 
일본에는 정신과 말고 심료내과라는 과목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정신과와 신경(정신)과 같은 느낌인 것 같다.
 
아래는 각각 정신과와 심료내과에서 상담하는 내용의 예시를 어느 병원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것인데, 둘 다 해당사항이 있다. 딱 구분짓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심료내과 쪽이 더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달까.

다만 개인적으로는 증상을 판단하기가 애매하고 또 사소한 불편함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아직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정신과에서 상담하는 증상의 예>
- 주변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없다
-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이웃 사람이 감시하는 것 같다
- 세부적인 것에 집중해서 몇 번이나 반복해 확인한다
-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이 크다
- 어렸을 때부터 진정이 되지 않고 지금도 곤란하다
- 몸상태는 똑같은데 항상 집중할 수 없다
- 건망증이 심해졌다
- 식욕이 없고 먹어도 입맛이 없다
-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없고 과식하게 된다
- 나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죄책감이 든다
- 타인 앞에서 과도하게 긴장한다
- 아침에는 기분이 무겁고 우울해서 이유없이 슬픈데 저녁이 되면 어느 정도 편하다.
- 침울할 때와 상쾌할 때 기분의 기복이 있다.
 
<심료내과에서 상담하는 증상의 예>
-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계속 기분이 침울하다
- 어지럼증이나 이명, 현기증이 심해서 검사를 받아도 이상 없었다
- 아침에 회사에 가려고 하면 설사를 한다
- 그냥 눈물이 나온다
-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나 불안한 느낌이 든다
- 숨 쉬기가 어렵고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가슴이 쓰리거나 배가 고프지 않는 등 위장 상태가 나쁠 때가 많다
- 아무리 자도 일어나면 피로하다
- 날씨 변화에 약하다
- 어깨 결림이나 요통이 낫지 않는다
- 빈뇨나 잔뇨감이 들지만 검사를 받아도 이상 없었다
- 눈이 부시거나 소리에 민감할 때가 많다
- 손발이 무겁고 저릴 때가 있다
- 여름에도 손발이 차서 힘들다
 

출처: 난코 클리닉



나는 손발이 가끔 저리는 건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눈물이 나오는 건 내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해졌나 하고 생각했다.(가끔 눈물을 빼줘야 하는데 반대로 너무 메말랐었다거나?)
만성피로나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은 건 다른 회사원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고.
어깨 결림이나 요통은 잠을 잘못 잤거나 자세가 나빠서라고 생각했고(다리를 꼬거나 머리를 만지거나 할 때가 잦아서) 인간관계 고민은 소심한 성격 탓이 클 것이라고 여겼다.
 
솔직하게 현실적인 문제가 고민이었던 것도 맞다. 신경과에 가자니 검사 비용이 부담스럽고 정신과에 가자니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것이 많았다.
진료를 받고 약을 탄 기록이 남으면 어떡하지, 약을 먹으면 부작용은 없을지(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지금 겪고 있는 불편보다 더 불편할지도 모르는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옳은가), 내성이 생겨서 극복하기가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뭐 그런 고민들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었는데 설마 이게 증상은 아니겠지.

 

 
결정적으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확연한 신체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가지 않았다.
 
아직 창창하게 젊고 특별히 증상도 없는데(?) 병원에 가봤자 의사도 곤란할 뿐인 건 아닐지.
(실은 요 근래 방문한 병원들에서 그다지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하기도 해서 원인과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병으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던 중에 국민건강검진에서 "중간 정도의 우울증 의심 소견"이 나왔다.
 

작년에는 단백뇨, 4년 전에 공복혈당장애 의심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몸상태는 차라리 개선되었으나...

물론 국가검진에서 시행하는 우울증 질문지는 문항 자체도 9문항밖에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의심'일 뿐이고 우울증을 확진받은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가보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해결되지 않는 '의심'의 원인을 규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지만 병원을 가기 전에, 운동도 더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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