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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어느 카페에서 커피에 그날의 '마음의 소리'라는 것을 적어준다.
최근에 나온 마음의 소리는 '받는 만큼만 일해야지'.
회사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MZ세대에 포함되는 나로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받는 만큼만 일해야지.
연이은 승진누락과 연봉동결로 뭔가 불만이 쌓여있었던 차에 참 적절한 문장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맡은 업무가 얼마짜리 업무인지 모르겠다.
내가 맡은 업무도 누가 진행하느냐에 따라 비싸지기도 하고 싸지기도 하는 법 아닌가?
실제로 나보다 몸값이 비싼 부사수가 늘고 있는 참이기도 하고.(말이 인수인계지 교육에 가깝다보니 종종 현타가 온다.)
회사에서는 노동의 가치는 언제나 불규칙하고 불평등하다.
원래 그런 법이니, 그저 받아들이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후려침 당하는 데 익숙해져서라고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미 받은 만큼만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객의 기대치가 낮으면 그만큼 판매자로서는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거기에 안주해버리면 성장은 없겠지.
기대 이상의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면 거기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열정(혹은 그렇게 명명하고 싶은 평범한 노력)을 쏟아본다.
무능감에 부딪힐 때도 많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 당당하고 싶으니까.
받는 만큼 일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이런 말이 삐딱한 자기 위로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고마웠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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