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배우려는 데에도 열의가 필요할까에 대한 일말의 의문을 느끼며 적어본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데에는 그게 무엇이든 적든 많든 용기가 필요한 법이 아닌가. 그러니 배운다는 말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든지 그것은 열의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애매하지 않나.
그리고 반드시 그것이 아니더라도 달리 좋아할 것들은 세상에 많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전력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지도 모르니, 관심사를 더 깊이 파고드는 데에도 신중함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적어놓고 보니 이런 태도야말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모든 일에 본격적으로 임하는 사람도 있구나, 최근 느끼던 요즘이었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뿐일지라도 대단하다.
이런 게 마음의 빈부 격차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또 우울한 쪽으로 가버린 것 같다.
최근에 일본어 회화 소모임에 가입해서 다녀왔다.
전공자로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비전공자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모임에 나오는 게 신기했다.
누구는 게임, 누구는 드라마, 누구는 여행... 취미 분야도 제각각이고 실력도 천차만별이었다. 누군가의 실수를 감히 지적해줄 사람도 드물어서 이곳에서 제대로 된 일본어를 체득하기란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일본어를 하려면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해서....
언어라는 건 완벽을 추구할수록 재미가 없어지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래서 재미있었다.
느리고 서툴러도 기다려주고, 굳이 오류를 정정하지 않았다. 정 안되면 한국어를 써도 오케이.
그런 여유로운 모임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아, 역시 소모임의 본질은 모임 그 자체인 것 같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통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
반드시 순수하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일 필요는 없는 걸지도 모른다.
일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모여서 세계를 넓혀보자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적당한 열의에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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